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불법행위"라고 합니다.
불법행위라고 하면 왠지 거창해 보이지만, 나의 고의 또는 과실로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 포괄적으로 (민사상) "불법행위"라고 일컫습니다. 이러한 불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불법행위가 형사상 책임도 지게 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가해자는 형사상 책임과 민사상 책임을 같이 지게 됩니다. 이번에는 이러한 불법행위에 기한 민사상 책임과 형사상 책임, 그리고 실질적인 대책을 알아보겠습니다.
1.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원인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는 크게 "채무불이행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으로 나뉩니다.
채무불이행은 쉽게 말하면, 채권자에게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서 (또는 불완전하게 이행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전에 채권-채무 관계가 있어야 하고, 채무가 이행되지 않아야 하며,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불법행위는 이러한 채권-채무 관계가 아니라, 가해자의 어떤 행위로 피해자가 손해를 입은 형태입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752조(생명침해로 인한 위자료) 타인의 생명을 해한 자는 피해자의 직계존속, 직계비속 및 배우자에 대하여는 재산상의 손해없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
민법 제750조는 일반적인 불법행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첫째, 고의 또는 과실로
둘째, 위법행위가 있었으며
셋째,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가 되어야 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볼까요?
[예1] A씨는 실수로 컵의 음료를 쏟아서 옆사람의 옷에 얼룩을 만들었다.
[예2] B씨는 고의로 C씨를 때려서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혔다.
[예3] 인터넷 회사 D는 명예훼손 기사를 삭제하지 않아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되었다(2008다53812).
[예 1] | [예 2] | [예 3] | |
고의 또는 과실 | 실수로(부주의하여) | 고의로 | 고의로/과실로 |
위법행위 | 컵의 음료를 쏟아서 | 때려서 | 인터넷게시판의 명예훼손 글을 삭제하지 않아서 |
타인에게 손해 | 옆사람의 옷에 얼룩을 만들었다. |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 |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되었다. |
불법행위에는 민법 제750조와 같은 일반불법행위,
제751조는 타인의 '신체·자유·명예'의 침해 및 정신상 고통을 가한 경우,
제752조는 타인의 '생명의 침해'가 있는 경우 피해자의 유족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며,
그 외의 특수한 불법행위로는
제755조는 미성년자나 심신상실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감독자의 책임을,
제756조는 피용자(고용된 사람)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고용한 사람)의 배상책임을,
제757조에서는 도급인의 면책 범위에 관하여,
제758조는 공작물(건물, 설비 등)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점유자와 소유자의 배상책임을,
제759조는 동물(개 등)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였을 때 그 점유자의 책임을,
제760조는 여러 명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가하였을 때, 불법행위자들이 부진정연대채무를 지게된다는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을 각각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에는 청구자(원고)가 각각의 요건을 증명하여야 하며,
특히 위법행위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불법행위가 '정당방위, 긴급피난, 자력구제, 정당행위, 피해자의 승낙'등이 있다면 위법성이 조각되어(부정되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게 됩니다(민법 제761조 참조). 예를 들어, 폭행을 피하려다가 불가피하게 다른 사람의 물건을 부순 경우는 '긴급피난'으로 불법행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2. 불법행위책임과 형사책임의 관계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행위 중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폭행, 상해, 사기 등). 그러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불법행위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실로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경우에는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지만 형사처벌 대상은 되지 않습니다.
불법행위에 따른 형사책임은 사회의 법질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행위자에 대한 공적인 제재(형벌)를 그 내용으로 함에 비하여, 민사책임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데 대하여 행위자의 개인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전보(배상)를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고, 손해배상제도는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것이므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6713 판결).
위 판결에서는 경찰관이 범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총기를 사용하여 범인이 사망에 이르렀는데, 경찰관의 총기 사용은 형사재판에서 무죄로 판결되었지만, 민사재판에서는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형사처벌을 받아 벌금을 내더라도 그 벌금이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형사처벌은 범죄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범죄자의 책임을 묻기 위해 강제적으로 제재를 하는 수단입니다.
형사절차에도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피해를 배상시키는 제도(형사배상 명령 글을 참고하세요)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형사재판은 국가와 범죄자 간의 관계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판결이 나면 민사재판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3. 불법행위에 대한 대책
불법행위의 피해자 입장에서는, 일단 해당 행위가 형사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폭행, 상해, 사기 등 형법에 규정된 죄 뿐 아니라, 여러가지 법에는 형사책임이 규정된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로교통법, 상표법, 특허법, 저작권법 등에서도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경우, 많은 분들이 일단 형사고소를 먼저 시작합니다.
상대방에게 형사사건 수사의 압박을 가하여 협상(합의)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형사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비록 민사사건과는 별개이나, 민사에서 유력한 증거로 채택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민사사건에서는 개인이 증거를 수집해야 하지만 형사사건에서는 피해자나 참고인이 제출한 증거 외에도 수사관이 수사하면서 증거를 수집할 수 있으므로, 증거수집에서 보다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불법행위가 형사사건도 될 수 있고, 민사사건도 될 수 있다면 형사고소를 먼저 하거나, 민사소송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만일 형사에는 해당되지 않고 민사에만 해당되는 사건이어서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하려고 한다면, 상대방의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증거수집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가해자가 그 행위를 했다는 것, 그리고 그 행위로 인하여 어떤 피해가 발생하였고, 그 피해액은 얼마쯤이 된다는 것 등,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사진, 문서, 녹취 등)를 멸실되기 전에 최대한 수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와 상담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유력한 증거라고 생각했던 내용이 법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종종 재판의 상황을 뒤집는 중요한 증거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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