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경우, 대부분 "부모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냐?"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부모가 민사배상 책임을 지지는 않으며,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책임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배상책임 및 입증책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와 같은 경우에는 "대리감독자"로서 책임을 지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일찌기 이혼한 부모 중 비양육자에게 책임이 있는지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배상할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인 가해자보다 부모가 책임지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러면, 누가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지 경우에 따라 알아보겠습니다.
1. 미성년자는 책임능력이 있는가?
한줄 요약: 미성년자 중 책임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감독자(부모)의 배상책임이 있다. 보통 만12세 이하는 책임능력이 없다고 보는데, 만 13세~14세는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된다. |
"책임능력"이란 자신이 한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즉, 내가 이러한 행위를 할 때 그 행위에 대한 어떤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선을 자르면 어떤 문제(정전, 대규모 손해 등)가 발생할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 책임능력이 있다고 하겠지만, 고무줄 자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책임능력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형사사건에서 미성년자의 책임에 관하여는 이 글(소년법상의 구별 방법-촉법소년, 범죄소년, 우범소년)을 참고하세요.
민법은 만 19세가 되지 않은 자를 미성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만 나이'에 관하여 민법 개정이 있었는데요, 이것은 민법상 나이의 규정이 바뀐 것이라기보다는 혼동을 피하고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하여 개정된 것이라고 합니다.
민법에서 "성년"의 정의 제4조(성년)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된다. 제158조(나이의 계산과 표시) 나이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滿)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수(月數)로 표시할 수 있다. [전문개정 2022. 12. 27.] ※ 원래 민법은 '만 나이'로 계산하고 있었으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세는 나이' 및 일부 법률에서 사용되는 '연 나이'(현재 연도-출생 연도) 등과의 혼동을 피하고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하여 개정된 것임. |
그러면 불법행위란 무엇일까요?
불법행위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를 말합니다.
민사상 손해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행위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묻습니다. 그래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민사상 불법행위 및 그에 대한 책임는 민법 제750조와 그 이하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및 형사책임과의 관계에 관하여는 이 글(불법행위(민법 제750조)와 민사상 책임)을 참고하세요.
그러면 이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에 대해 미성년자는 어떤 책임을 지는지 보겠습니다.
민법 제753조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구 분 | 가해자 본인의 배상 책임 |
미성년자 - 책임능력 없음 | 배상의 책임 없음 (부모가 감독자 책임을 짐) |
미성년자 - 책임능력 있음 | 배상의 책임 있음 (부모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부모의 감독의무위반 사실과 사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함) |
성년자 | 배상의 책임 있음 |
그러니까 미성년자라고 해서 모두 책임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고, 미성년자이면서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 즉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만이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미성년자 중에서 어떤 연령대는 책임능력이 인정되고 어떤 연령대는 책임능력이 인정되지 않을까요?
민법 제753조(미성년자의 책임능력)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 제754조(심신상실자의 책임능력) 심신상실 중에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 그러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심신상실을 초래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가해자에게 책임능력이 없는 때에는 고의나 과실도 인정할 수가 없어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고 배상의 책임도 없게 됩니다.
미성년자 중에서 만 15세 이상은 대체로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즉, 책임능력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만12세 이하는 대체적으로 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항입니다.
책임능력이 없으면, 가해자 본인은 배상할 책임이 없으나 이러한 경우 다음 절에 보실 제755조(감독자의 책임)에 의해 감독자(부모)가 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러면 문제가 되는 것이 만13세에서 만14세 사이인데, 이는 사안에 따라서 다르게 판단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만13세~만14세라고 하면 책임능력을 인정한다고 해도 손해배상금을 변제할 자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책임능력의 나이를 가급적 높여서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구제 수단을 마련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 감독자(주로 부모) 및 대리감독자의 책임
미성년자이면서, 책임능력이 없다고 하면 이제 손해배상의 책임은 감독자(주로 부모)에게 갑니다(민법 제755조).
민법 제755조(감독자의 책임) ①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미성년자) 또는 제754조(심신상실자)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감독의무자를 갈음하여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사람을 감독하는 자도 제1항의 책임이 있다. |
감독(의무)자는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상실자를 감독할 책임이 있는 자로, 일반적으로 미성년자의 친권자(부모) 또는 후견인, 성년후견인(심신상실자의 경우)이 됩니다. 감독의무자는 책임무능력자에 대한 일반적인 감독의무를 게을리한 것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만일 감독의무자가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책임을 면하게 됩니다.
이러한 감독의무는 구체적인 가해행위에 대한 감독의무가 아니고, 책임무능력자에 대한 일반적인 감독의무입니다.
따라서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사정으로 면책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대리감독자(보모, 교사 등)의 경우는..
대리감독자는 법정감독의무자를 갈음하여 책임무능력자를 감독하는 자인데,
어린이집의 보모, 유치원과 학교의 교사, 교장 등이 그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판례는 "그 감독 의무는 학교 내에서의 모든 생활관계에 미치는 것은 아니고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및 이에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에 한하며, 이 경우에도 돌발적이거나 우연한 사고에 대해서는 감독의무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여, 모든 사고에 대해 대리감독자가 책임지는 것은 아니고, 교육활동에 밀접한 관계가 있어야 책임이 인정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15258 판결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교실에서 돌발적으로 아크릴판을 던져서 급우의 눈에 상해를 입힌 사건에서 "이 사건 사고는 돌발적이거나 우연한 사고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경우까지 교사 등에게 보호·감독의무위반의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대리감독자는 발생한 사고가 예측되거나 예측가능성(사고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여 면책될 수 있어, 법정감독의무자(부모)에 비해 책임이 제한적이라고 할 것입니다.
3. 책임능력이 있으면 부모는 책임을 안 지나?
만일 미성년자이고, 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 부모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게 되어, 피해자로서는 좀더 보호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미성년자이면서도 책임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미성년자 본인이 책임을 지게 되어, 부모에게 책임을 묻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미성년자에게 손해배상을 지운다고 해도, 미성년자 개인이 배상할 만한 자기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피해자는 현실적으로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게 됩니다.
그러면 미성년자이면서 책임능력이 있다고 판단될 때, 부모에게는 전혀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조금 어렵기는 하나,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즉,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그 발생한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 불법행위자(민법 제750조)로서 손해배상의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민법 제755조와 달리, 민법 제750조에 의하여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에 의한 불법행위"를 입증하기는 상당히 어렵게 됩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판결에서는 미성년자인 고교 3년생이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를 일으켰는데 "부모가 감독을 게을리한 과실이 있고, 그로 말미암아 [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입증에 실패하여 부모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였습니다.
4. 이혼한 부모의 책임
미성년자의 가해로 피해를 입었는데, 친권자(및 양육자)의 감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이혼하여 실제로 양육하지 않고 있는 부모는 책임이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다240021 판결에 따르면 이미 이혼한 비양육친(친권자 및 양육자가 아닌 부모)은 원칙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혼하고 나서 실제로 양육하지도 않고 친권도 없는데 친권자(및 양육자)의 감독 아래 미성년자가 사고를 일으켰다면 비양육친에게까지 감독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이 판결에 관하여는 이 포스팅에 좀더 자세히 소개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부모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 알아보았습니다.
형사책임의 경우,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낮추자는 논의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사 책임의 경우, 책임능력의 연령을 낮추게 되면 오히려 부모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워지는 모순이 생깁니다. 게다가 현재는 책임능력의 연령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는 상황입니다.
차후에는 이런 부분을 보완한 입법이 되어,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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