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해 드릴 판결은 2024. 8. 29. 2020헌마389, 2021헌마1264, 2022헌마854, 2023헌마846이 병합된 판결입니다. 청소년등이 포함된 청구인들은 '기후위기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여기에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다며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단, 동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합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는 국가가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 헌법적인 의무를 가지고 있는지 판단한 중요한 결정이라고 하겠습니다.
1. 탄소중립의 의미
먼저, 이 결정의 핵심인 '탄소중립'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이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만들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전 세계적으로 2050년까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산림 조성이나 탄소 포집 기술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닌 경제, 사회,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변화를 요구하는 복합적인 과제입니다.
2. 결정의 주요 내용
▶ 탄소중립기본법 일부 위헌 결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 ( 약칭: 탄소중립기본법 ) [시행 2024. 1. 1.] [법률 제19208호, 2022. 12. 31., 타법개정] 제8조(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①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퍼센트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이하 “중장기감축목표”라 한다)로 한다. ② 정부는 중장기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산업, 건물, 수송, 발전, 폐기물 등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이하 “부문별감축목표”라 한다)를 설정하여야 한다. ③ 정부는 중장기감축목표와 부문별감축목표의 달성을 위하여 국가 전체와 각 부문에 대한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이하 “연도별감축목표”라 한다)를 설정하여야 한다. ④ 정부는 「파리협정」(이하 “협정”이라 한다) 등 국내외 여건을 고려하여 중장기감축목표, 부문별감축목표 및 연도별감축목표(이하 “중장기감축목표등”이라 한다)를 5년마다 재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협정 제4조의 진전의 원칙에 따라 이를 변경하거나 새로 설정하여야 한다. 다만, 사회적ㆍ기술적 여건의 변화 등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는 5년이 경과하기 이전에 변경하거나 새로 설정할 수 있다. ⑤ 정부는 중장기감축목표등을 설정 또는 변경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생략) ⑥ 정부는 중장기감축목표등을 설정ㆍ변경하는 경우에는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하여 관계 전문가나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⑦ 제1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중장기감축목표등의 설정ㆍ변경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조항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제시했지만,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헌재는 이것이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과소보호금지원칙이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있어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법률유보원칙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때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헌재는 이 법이 두 원칙을 모두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 개선입법 요구
헌재는 2026년 2월 28일까지 이 조항에 대한 개선입법을 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그때까지는 현행법을 계속 적용하도록 했는데, 이는 법적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는 입법부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더욱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동법 시행령 제3조 제1항)는 합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 약칭: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
[시행 2024. 2. 15.] [대통령령 제34194호, 2024. 2. 6., 타법개정]
제3조(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① 법 제8조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이란 40퍼센트를 말한다. |
청구인들은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40퍼센트로 규정한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이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는 목표(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는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아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현재의 감축 목표가 최소한의 기준은 충족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정부 계획에 대한 의견 분열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중 부문별 및 연도별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렸습니다. 5명의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4명의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정족수에 미달하여 결국 기각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에 대한 기각의견과 위헌의견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헌 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정정미, 정형식)은 정부가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정한 감축비율 체계를 자의적으로 변경하여 실질적으로 감축 수준을 낮춤으로써 법에서 정한 중장기 감축목표의 제도적 실효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기준연도와 목표연도의 흡수량 반영 방식의 차이로 인해 실제 감축 효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사건 부문별 및 연도별 감축목표에서 정부가 채택한 ‘기준연도 총배출량–목표연도 순배출량’의 배출량 목표치 산정 방식은,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서 입법자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량화한 체계를 자의적으로 변경하여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보호조치의 수준을 낮추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정부의 법률해석은 받아들일 수 없다. - 결정문 중에서 |
이는 파리협정이 추구하는 투명성에 반하며, 다른 부문의 실질적인 감축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들 재판관은 정부의 계획이 법치행정의 법률우위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합헌 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형두)은 정부의 기본계획이 기후위기 해소를 지향하면서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 목표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계획이 과소보호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3. 결정의 의의
이번 결정은 여러 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 소송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직접 청구인으로 참여한 아시아 최초의 기후 소송이었습니다. 이는 기후변화 문제가 미래 세대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또한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헌재는 "미래세대는 기후위기의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되는 데도, 현재의 민주적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제약돼 있다"고 지적하며, 입법자에게 더욱 구체적인 입법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기후변화 정책이 현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권리도 고려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헌재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이 단기적인 목표만으로는 부족하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의 기후변화 정책이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립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헌재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이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을 고려해 판단되어야 하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기후변화 정책이 단순한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이는 단순히 법적 판단을 넘어, 세대 간 정의와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책임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기후변화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시민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미래 세대의 권리를 고려한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중요합니다. 기후변화는 이제 누군가만의 책임이 아닌,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판결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두62335판결(대통령집무실 인근 집회 허용) (0) | 2024.04.17 |
---|---|
2023다290485판결(간이과세자의 부가세 청구 가능 금액) (0) | 2024.04.15 |
2019두59349판결(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 (0) | 2023.12.01 |
2020후11943판결(상표법상 식별력 손상여부) (0) | 2023.11.29 |
2020다240021판결 (비양육친의 미성년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0) | 2023.11.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