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소개해 드렸던 친족상도례, 즉 가까운 친족간 일어난 재산범죄에 대하여, 그 형벌을 면제한다는 형법상 규정(제328조)이 헌재 2024. 6. 27. 2020헌마468등 결정에서 헌법불합치로 되었다는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권리행사방해죄, 절도죄, 사기죄, 공갈죄, 횡령죄, 배임죄, 장물취득(알선)죄 등의 재산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일 때에는 형을 면제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이러한 조항이 드디어 헌법불합치로 결정된 것입니다. 그러면, 아래에서 결정 내용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친족상도례 해당 조문과 배경
형법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①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조(권리행사방해죄)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②제1항이외의 친족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③전 2항의 신분관계가 없는 공범에 대하여는 전 이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절도죄 등(자동차등 불법사용 포함): 제344조에서 제328조 준용 사기와 공갈의 죄: 제354조에서 제328조 준용 횡령과 배임의 죄: 제361조에서 제328조 준용 장물의 취득, 알선죄: 제365조에서 제328조 준용 ※ 피해자와의 관계 뿐 아니라 본범 즉 절도범과의 사이에 친족관계가 있을 때에도 형을 면제 또는 감경 |
형법 제328조 제1항 및 그것을 준용하는 형법 조항들에 따르면,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재산범죄는 형을 면제하게 됩니다. 이 조항의 목적은 가정 내 분쟁을 형사처벌로 해결하기보다는 가족 간의 자율적 해결을 장려하는 데 있습니다. 과거 대가족 제도에서는 친족 간 재산이 공동 소유되는 경우가 많았고, 가족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가족 구조가 크게 변화했고, 이에 따라 친족 간 경제적 이해관계도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규정이 오히려 형사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형법 제328조 제2항, 즉 고소가 있어야 공소할 수 있다는 조항은 판단 대상이 아닙니다)
2.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 제27조 제5항은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가 친족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었을 때, 그 피해자가 법관에게 가해자를 처벌해달라고 요청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지만, 이 조항은 이를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도록 하여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형이 면제되는 경우,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지므로 형사피해자는 재판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잃게 되어, 형사피해자가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 입법재량을 명백히 일탈하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직계존비속(부모자식,조부모와 손주 등) 간의 경우에는 친족상도례 적용이 적절한 경우도 많으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며, 배우자의 경우 배우자 사이의 친밀감이나 경제적 관계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며, 동거가족과 동거친족의 경우 그 관계의 특성을 일반화하기 더욱 더 어려운데 현재의 법조항은 이를 일률적으로 형면제 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장애인 학대의 경우 등 일부 보완책으로는 범죄피해자 보호에 충분하지 못하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미성년자나 질병, 장애 등의 이유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가족 구성원이 친족으로부터 경제적 착취를 당할 경우에도, 법관이 이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피해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헌법불합치 결정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해당 조항이 위헌이지만, 바로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가 법을 개정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결정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입법자가 개선된 법을 마련해야 하며, 만약 그때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2026년 1월 1일부로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동안은 해당 조항의 적용이 중지됩니다.
지금까지 가족 간이나 가까운 친족간이라는 이유로 재산범죄를 당했음에도 형사 고소를 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이제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어서 친족상도례의 형면제 규정이 아예 폐지될 것인지, 직계존비속 간의 경우에는 또 다른 특례가 있을 것인지 좀 더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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