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가 A의 저작물을 보고 "매우 유사한" 저작물을 만들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B가 A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어떻게 판단할수 있을까요? 그것은 ① 의거성과 ② 실질적 유사성 을 보고 판단합니다. 앞서, "A의 저작물을 보고"는 의거성에 해당하며, "매우 유사한"은 실질적 유사성에 해당합니다. 만일 매우 유사한 저작물을 만들었어도 A의 저작물을 전혀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입증되면 저작권침해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저작권 침해 판단에서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좀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의거성" : 주관적 요건 -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는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이 침해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저작물과 대비대상이 되는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점 외에도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직접 인정되지 않더라도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되면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사실상 추정된다고 할 수 있지만,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보다 먼저 창작되었거나 후에 창작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저작물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창작되었다고 볼 만한 간접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추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
저작권은 따로 등록하지 않아도 저작물을 창작하는 순간 자연히 발생합니다. (저작권법 제10조 제2항)
저작권의 등록은 저작권을 좀더 잘 보호받기 위한 장치라고 하겠습니다.
저작권법 제10조(저작권) ②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
그러면, 어떠한 창작자 A가 저작물을 창작하고 나서, 다른 사람 B가 그를 참조하여 다른 저작물을 작성하였다면 "의거성"이 성립되게 됩니다. 쉽게 생각하면 시험 때 다른 사람의 답안지를 보았는가에 해당하는 것이 "의거성"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의거성을 '주관적 요건'이라고 합니다. 즉, B의 관점에서 A의 저작물을 보았는가라는 점에서 주관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거성은 주관적 요건이기 때문에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곡이 아무리 유행한다 하더라도 최신 음악을 전혀 안 듣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일례로 컴퓨터의 기본 운용 소프트웨어인 "BIOS"를 작성할 때, 호환제품을 작성하던 업체는 IBM의 소스코드를 보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하여 개발자들을 특정 구역에 격리해 두고 원본인 IBM의 소스코드를 보지 못하게 하는 "클린룸" 방법을 썼다고 합니다.
저작권자로서는 자신의 저작물과 아주 유사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의거성'을 입증하여야 한다면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 판례에서 보인 것처럼, 의거성은 추정될 수 있습니다. 즉 ①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과 ② 대상 저작물과 기존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 등 간접사실이 인정되면 의거성이 사실상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대상 저작물(문제의 저작물)을 작성한 사람은 ① 자신이 기존 저작물보다 먼저 작성했다는 것을 보이거나, ② 기존의 저작물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작성되었다는 점 등을 입증한다면 위 추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2. "실질적 유사성": 객관적 요건 - 표현이 실질적으로 유사한가?
기존 저작물을 원형 그대로 복제한 것은 물론, 원형 그대로 복제하지 아니하고 다소의 수정·증감이나 변형이 가하여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창작성을 더하지 아니한 정도이면 복제로 보아야 합니다(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2다73493,73509 판결 참조).
복제 뿐 아니라,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생각해 보아야 하는바, 새로운 창작성이 더하여졌더라도 그것이 원저작물을 번역ㆍ편곡ㆍ변형ㆍ각색ㆍ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인지(저작권법 제5조, 2차적저작물)를 판단하여 원저작물의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면 역시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이 보호하는 것은 아이디어/표현 2분법상 "표현"에 해당하여 순수한 아이디어만은 보호되지 않으므로, 실질적 유사성은 창작적인 "표현"이 실질적으로 유사한지 판단하는 객관적 요건이 됩니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이나 문자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일 뿐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이나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6259 판결) |
그리고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문자·음·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하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므로, 복제권 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7다63409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주의하여야 할 것은, 창작적인 표현형식이 아닌 부분은 유사하더라도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에서는 제외된다는 점입니다.
그럼 사례를 한번 보시겠습니다.
■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8984 판결
드라마 "선덕여왕"이 뮤지컬 대본 "The Rose of Sharon, 무궁화의 여왕 선덕"에 의거하여 제작·방송되었는지 여부가 판단되었습니다.
(가) 덕만공주의 서역 사막에서의 고난에 대하여
먼저 이 사건 대본과 드라마 이전부터 이미 사막은 극적 저작물에서 주인공의 고난을 상징하는 배경으로 사용되어 왔으므로, 주인공인 덕만공주가 사막에서 고난을 겪는 장면이 나오는 것 자체는 이 사건 대본만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뮤지컬] 대본에서 (중략) 마계(魔界)의 방해로 실패하여 서역의 사막으로 쫓겨 가게 된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 반면에, 이 사건 드라마에서는 (중략) 예언으로 인해 .. 덕만공주를 데리고 도망가도록 하였고, .. 서역의 사막에서 자란 것으로 설정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대본과 드라마에서 덕만공주의 서역 사막에서의 고난이 나타나는 원인과 구체적인 내용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나) 금관의 꽃 또는 동로마 등 서역의 문화와 사상의 습득에 대하여
(전략) .. 이 사건 대본에서 금관의 꽃은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존재이자 힘을 상징하는 어떤 것으로 나타나 있을 뿐이어서 그 자체가 서역의 문화와 사상을 상징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 사건 대본에는 이 사건 드라마에서 그리고 있는 위와 같은 첨성대 건축의 경위와 의미는 전혀 나타나 있지 아니하다. (후략)
그 외, 덕만공주와 미실의 정치적 대립구도, 덕만공주와 김유신의 애정관계, 미실 세력으로 인한 진평왕의 무력함 및 주제, 인물의 성격과 역할, 인물 사이의 관계, 줄거리, 구성에 차이가 있어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고 판단내려진 사례입니다.
그 밖에 아이디어와 표현이 합체되었다든가(합체의 원칙), 저작물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구현하고자 할 때 필연적으로 따르는 표현이라든가(필수장면의 원칙), 창작 당시에는 합체가 일어나지 않았으나 시간이 흐른 후 그 표현방식이 업계의 사실상의 표준이 되어버려 후발적 합체현상이 나타나는 경우(사실상 표준과 합체) 저작권의 보호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 기준이 있습니다. 즉, 이미 표현이 아닌 아이디어의 수준으로 된 경우에는 더 이상 "표현"으로 보호하지 않으므로,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에서는 제외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저작권 침해의 판단기준에 있어서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에 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저작권 침해를 판단하려면 제일 먼저 저작권이 발생하였고 유효한지가 전제되겠지요. 그 다음에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을 하게 됩니다.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의 구체적인 판단 사례에 관하여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좀더 자세하게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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