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저작권을 가질 수 있을까요? 2011년경, 인도네시아의 나루토(Naruto)라는 원숭이가 자신을 찍은 셀카(selfie)는 동물도 저작권을 가질 수 있는지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슬레이터(David Slater)는 자신이 저작권을 가진다고 주장하였지만, 동물보호단체인 PETA는 원숭이 나루토를 대신하여 슬레이터에게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사건이름이 Naruto v. Slater 입니다) 결국 이 사건은 미국 법원에서 동물은 저작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면, 원숭이 나루토와 셀카의 저작권에 관하여 좀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1. 사건의 배경
영국의 사진 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David Slater)는 인도네시아 국립공원에서 검은짧은꼬리원숭이(crested macaque)의 사진을 찍다가 원숭이에게 카메라를 빼앗겼습니다. 나루토(Naruto)라는 이름의 원숭이는 카메라를 가지고 놀다가 자신의 모습이 담긴 몇 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데이비드 슬레이터는 이 재미있는 사진들을 출판하였고, '원숭이가 촬영한 셀카'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이 Wikimedia에 공개되면서, 슬레이터는 Wikimedia에 대해 원숭이 셀카의 저작권을 주장하였습니다. Wikimedia는 원숭이가 찍은 셀카는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자유 이용 저작물(public domain)에 해당한다고 맞섰습니다. 그 와중에 동물보호단체인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원숭이 나루토가 저작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법원에서 원숭이 나루토를 대신하여 슬레이터에게 소송을 걸었습니다. 슬레이터는 원숭이는 권리능력이 없다며 사건을 각하할 것을 법원에 요청하였습니다.
2. 인간 이외의 저작권자가 가능한가?
대한민국의 저작권법에서는 "저작물"과 "저작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1.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2.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 |
이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저작권법상 원숭이는 "저작물"을 창작할 수 없으며, "저작자"도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 2006. 6. 2. 자 2004마1148 결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동물은 권리능력도, 소송의 당사자능력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도롱뇽은 천성산 일원에 서식하고 있는 도롱뇽목 도롱뇽과에 속하는 양서류로서 자연물인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로서는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6. 6. 2. 자 2004마1148 결정). |
이와 같이, 국내에서 소송이 진행되었다면 동물의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저작권법상 원숭이는 "저작자"가 될 수 없으므로 소송이 각하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미국에서는 동물이 저작자가 될 수 있을까요?
2014. 8. 21. 미국 저작권청(U. S. Copyright Office)은 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이 내용은 2014. 12. 22. 공개된 미국 저작권청 실무 개요서(Compendium of U.S. Copyright Office Practices) 3판에 포함되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사람이 만든 저작물만 미국 법에 따라 저작권을 가질 수 있으며, 사람의 개입 없이 동물이나 기계가 만든 사진과 예술 작품은 제외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작권법은 '저작자(author)의 독창적인 지적 발상(original intellectual conception)'에 한정되므로 저작권청은 사람이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등록을 거부할 것이다. 저작권청은 자연, 동물 또는 식물이 만든 저작물은 등록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서는 특히 저작권이 없는 것의 예로 "원숭이가 찍은 사진"이 강조되었습니다.
이러한 저작권청의 견해에 따르면 원숭이가 찍은 사진은 인간에게 권리가 없고, 자유이용 저작물(public domain)이 됩니다. 그러나 어떤 전문가는 원숭이 자체에는 저작권이 없더라도, 그러한 사진이 찍힐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경우 사진작가에게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3. 소송의 진행과 미국 법원의 결론
PETA는 원숭이 나루토를 대신하여 슬레이터와 슬레이터의 회사인 Blurb. In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PETA의 주장은 원숭이에게 저작권이 부여되어야 하고, 원숭이 셀카의 수익금은 나루토와 다른 짧은꼬리 원숭이를 위하여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PETA는 자신들이 "next friend standing" 즉, 미성년이나 장애로 인해 소송을 제기할 수 없을 때 후견자격이 있는 사람이 대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 적격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016. 1. 미국 지방법원 판사 윌리엄 오릭 3세(William Orrick III)는 미국의 저작권법은 동물까지 저작자로 포함시키지 않으며, 동물은 소송의 당사자적격이 없다면서 사건을 각하(dismiss)하였습니다. PETA는 이에 불복, 2016. 3. 20. 제9순회 항소법원(U. S. Court of Appeals for the Ninth Circuit)에 항소장을 제출하였습니다.
2017. 9. 11. PETA와 슬레이터는 원숭이 셀카로 발생한 수익의 25%를 원숭이 야생동물 보호단체에 기부하기로 합의했지만, 법원은 이 합의를 유효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018. 4. 제9순회항소법원은 당사자들의 사건을 취하하여 달라는 신청(motions to vacate)을 거부하고 2018. 8. 23., 동물은 저작권 주장을 할 자격이 없다면서 슬레이터 승소로 결론지었습니다. 또한 항소법원은 PETA의 의도가 동물 보호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소송에 질 것 같자 이정표적인 판결이 성립되는 것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우려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전원합의체 심리 요청이 있었으나, 사건 검토는 거부되었습니다.
다음은 제9항소법원의 판결 요약입니다.
U.S. Court of Appeals for the Ninth Circuit No. 16-15469 Naruto v. David John Slater 재판부는 원숭이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한 지방법원의 판결을 확인하면서 이 동물은 헌법적 지위는 있지만 "원숭이 셀카"로 알려진 사진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법적 지위(당사자 적격)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원숭이가(사실은 PETA겠지요) 사진의 저작자이자 소유자이며 구체적이고 구체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당사자적격을 판단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PETA의 "next friend standing"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원숭이의 지위를 볼 때 "next friend"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덧붙혀 저작권법이 동물에게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원숭이의 당사자 적격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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