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주요 소멸시효 기간, 시효이익의 포기

(Unsplash의 Adrian Ordonez 사진)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도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권리가 소멸하는 제도입니다. 여기에서는 소멸시효의 내용과 시효이익을 포기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소멸시효의 뜻과 존재 이유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도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일정한 기간 계속되면 그 권리는 소멸됩니다. 멀쩡한 권리가 시간이 지난다고 왜 소멸될까요?

 

이것은 일정한 사실상태가 일정한 기간 계속되면 그 사실상태가 진실된 권리관계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법률상 일정한 효과를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1백만 원을 빌려주고, 한달 뒤 갚도록 하였는데 채권자가 이를 잊어버리고 10년 동안 돌려달라는 독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마치 1백만 원의 채권이 없는 것과 같은 상태가 10년 동안 계속된 셈이니, 이러한 사실상태를 인정하여 1백만 원의 채권이 없었던 것처럼 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사회질서의 안정이라든가, 입증이 곤란하다든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예전의 증거를 보관하고 있기 힘들겠지요? 예를 들어 위의 경우 실제로는 1백만 원의 돈을 갚고 영수증을 받았는데 1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영수증이 어디론가 가 버렸다면, 채권자가 돈을 갚으라고 독촉을 해도 자신이 갚았다는 증명을 하기 곤란할 것입니다. 그리고 10년 동안 잊어버리고 있다가 갑자기 많은 이자와 원금을 요구한다면 깜빡 하고 살아가던 채무자에게는 불의의 타격이 되겠지요.

 

그러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은 모두 소멸시효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척기간"이라는 비슷한 것이 있는데 소멸시효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2. 제척기간

제척기간은 법률에서 정한 어떤 일정한 권리의 행사기간을 말합니다.

예컨대, 민법 제146조에서 취소권은 추인한 날로부터 3년 내에,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기간이 제척기간입니다.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권리가 소멸합니다. 제척기간은 소멸시효와 달리 중단하거나 할 수 없습니다.

제척기간을 두는 이유는 일정한 권리에 대해 행사기간을 정해 그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려는 데 있다고 합니다. 제척기간은 소멸시효(민법 제162조~제184조)처럼 따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각각의 조문을 확인해야 합니다.

 

3. 소멸시효에 걸리는 권리

모든 권리가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 소유권을 제외한 재산권(지상권, 지역권 등 용익물권)이 소멸시효에 걸리며, 

소유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습니다. 소유권과 같은 성질을 가지는 광업권, 어업권, 특허권도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매매계약을 맺고 잔금을 치르면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등기청구권을 갖게 되는데요, 이것도 채권적 청구권이기 때문에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리게 됩니다.

그러나 일단 매수인이 등기를 마쳐서 소유권을 보유하게 되면 더 이상 그 권리는 기간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되겠지요.

친족법상의 권리는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는 경우는 있어도 소멸시효에는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4. 소멸시효의 기산점

그러면 어떤 권리들은 소멸시효에 걸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이, 다음 달 말일에 갑이 을에게 100만 원을 변제받기로 하고 돈을 빌려주었다면 소멸시효는 언제부터 진행될까요? 빌려준 날일까요? 아니면 변제받기로 한 다음 달 말일일까요?

 

이러한 문제를 소멸시효의 기산점이라고 합니다.

변제기를 정한 채권인 경우에는  그 기한이 도래한 때, 즉 다음 달 말일부터가 됩니다.

 

그런데 갑이 을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내가 갚으라고 할 때 갚아"라고 말했다면, 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권으로서 언제든지 이행청구가 가능하므로, 채권이 성립된 때, 즉 돈을 빌려준 때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됩니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문제가 되는 한 경우가 불법행위의 경우인데요, 예를 들어 갑이 실수로 을의 차를 부수어서 300만 원의 수리비를 물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을은 갑에게 언제까지 수리비, 즉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민법 제766조에 따르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고 합니다.

 

을이 차가 부서졌고 갑이 그랬다는 것을 깨달은 날로부터 3년, 그리고 갑이 차를 부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을은 갑에게 더 이상 수리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5. 주요 소멸시효 기간

개인 간에 돈을 대여해 주는 것처럼 일반적인 채권은 소멸시효 기간이 10년이 됩니다.

그렇지만 상행위에 의한 경우는 5년이 되지요(상법 참조). 즉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렸다면 그 소멸시효는 5년이 됩니다.

 

그보다 단기의 소멸시효는 3년 또는 1년 짜리가 있는데요,

 

3년은 이자, 부양료, 급료, 부동산 차임이나 지료, 집합건물의 관리비 등이 해당합니다. 부동산 차임은 월세나 연세 같이 1년 이내 정기로 지급되는 경우입니다. 또 의사 등 치료에 관한 채권, 도급받은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 생산자나 상인이 판매한 대가도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립니다.

 

 

물품대금의 소멸시효는 3년입니다.

1년은 여관 등 숙박료의 채권, 동산의 사용료채권 즉 한달 이내를 기한으로 빌린 동산(부동산이 아닌 재산)의 사용료채권, 그리고 목수, 미장이, 정원사, 배우 등 노역인 또는 연예인의 임금채권, 수업료 채권 등이 해당합니다.

 

채권과 소유권을 제외한 그 밖의 재산권(지상권, 지역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20년입니다.

 

만일 어떤 단기(1년 또는 3년)의 소멸시효를 갖는 채권이 판결 등으로 확정되면,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물품대금이라고 하면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리게 되지만,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소를 제기하여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아래에서 살펴보시겠지만 소멸시효가 중단되기 때문에 이전에 경과한 기간도 무시되지요.

 

6. 소멸시효의 중단

그러면 권리자가 권리불행사가 아니라 권리를 행사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권리 행사의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소멸시효는 "중단"됩니다.

그 동안 진행된 시효기간은 효력을 잃게 되고, 소멸시효는 다시 0부터 시작합니다.

 

이러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는 ① 청구, ② 압류·가압류·가처분, ③ 승인이 있습니다(168조). 청구는 말하자면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소를 제기하는 것이고요, 반대로 채무자가 소를 제기하고 채권자가 적극적으로 응소해도 소멸시효는 중단됩니다. 압류·가압류·가처분 또한 채권자의 권리행사로 인정됩니다.

 

승인은 채무자의 승인을 말하는 것인데요, 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권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면 소멸시효가 중단됩니다. 예를 들어, 이자를 지급하거나, 일부 변제를 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등이 승인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소멸시효의 중단과 다른 개념으로 소멸시효의 "정지"가 있습니다. 이는 시효의 완성이 거의 다 되었을 때 어떤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임시로 시효가 완성되지 않는 것으로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발생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면 그 사유가 종료한 때부터 1개월 내에는 시효가 완성되지 않도록 하는 등입니다.

7. 시효이익의 포기

살펴본 바와 같이,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되므로 채무자에게 유리하게 됩니다.

그러나 채무자가 그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는데 채무자가 변제기한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채무의 승인을 한다면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서, 그때부터 시효가 새롭게 진행됩니다.

 

채무자의 입장에서 원론적으로는 성실하게 변제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어떤 경우에 대부업체 등에서 알지도 못하는 채권을 들이밀면서 엄청난 이자와 함께 갚으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채권을 함부로 승인하거나 변제기한을 유예해 달라고 하지 마시고, "이게 무엇인지 검토해 보겠다"라고 말씀하신 다음에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에는 소멸시효의 개념과 소멸시효의 이익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