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는 말
"실현주의"라는 말을 이해하려면 먼저 "발생주의"와 "현금주의"에 대한 개념이 필요합니다.
"현금주의"는 쉽게 말하면 수익은 현금의 수입이 있을 때, 비용은 현금이 지출될 때 인식한다는 개념입니다. 이에 비하여, "발생주의"는 수익과 비용을 경제가치량의 증가 또는 감소의 사실이 발생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 인식한다는 것으로, 다른 말로 하면 재고자산이나 서비스를 구매자나 수요자에게 인도할 때 수익으로 인식하고, 비용은 기업이 물품·노동·서비스를 이용·소비할 때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비하여 "실현주의"는 수익의 인식기준으로서 상품 등을 판매하여 확정된 대가가 현금 또는 외상매출금 등의 화폐성자산으로 변할 때에 수익으로 계상한다고 하는 원칙입니다(위키백과 및 홈택스 용어사전 등 인용).
그러면 소득세 또는 법인세와 실현주의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II. 소득세와 실현주의
가. 미실현이득이 소득인지 여부
소득세법 제39조(총수입금액 및 필요경비의 귀속연도 등) ① 거주자의 각 과세기간 총수입금액 및 필요경비의 귀속연도는 총수입금액과 필요경비가 확정된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으로 한다.
헌법재판소 결정례(2005헌바53)은 '확정'이란 '권리의 확정'이라고 하면서 재산의 '처분 등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그 실현손익'을 익금과 손금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풀이하였습니다. 이는 미국의 Macomber 판결에서 기인한 “실현주의”에 바탕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현주의는 법인세에서 좀더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나. 내재적 소득
내재적 소득이란 어떤 자산을 보유하면서 스스로 쓰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그 자산의 사용가치 상당의 이익을 누리고 있으므로 여기에도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납세자가 소유하는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사용가치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어렵고, 소득세의 측면에서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III. 법인세와 실현주의
가. 소득원천설과 순자산증가설
소득세는 과세대상을 종합소득(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을 포함), 퇴직소득, 양도소득으로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경우 과세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여 소득원천설의 입장에서 과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인세는 헤이그-사이먼즈의 소득개념 즉 일정 기간 동안 납세자의 부가 증가한 금액에 대하여, 그것을 소비하였던 소비하지 않고 순자산으로 남든 다 소득이라고 보는 관점에서 (소득 = 소비 + 순자산증가) “순자산증가설”을 따르고 있습니다. 소득원천설은 국가가 관여할 수 없는 개인의 사생활 영역을 인정하고 이에 대하여 국가가 관여하지 않도록 한다는 특징을 가지는 바, 법인은 사생활 영역이라는 것을 굳이 인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법인세에서는 순자산증가설을 따르고 있습니다.
나. 법인세에서 손익의 귀속사업연도
법인세법 제40조(손익의 귀속사업연도) ①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익금과 손금의 귀속사업연도는 그 익금과 손금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로 한다.
익금과 손금은 그것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귀속되는데, 이것은 “실현주의”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인세법시행령은 이를 좀 더 구체화하여 자산의 판매손익(제68조), 용역제공의 손익(제69조), 이자소득(제70조), 임대료(제71조)등의 귀속시기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 법인세에서의 실현주의
대법원은 '권리의무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권리의무확정주의’에 관하여 대법원은 "소득이 발생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소득이 현실적으로 실현된 것까지는 필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소득이 발생할 권리가 그 실현의 가능성에 있어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확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77. 12. 27. 선고 76누25 판결 등 다수).
그런데 판례가 말하는 "소득의 실현"은 권리목적의 실현, 즉 채권 등을 현금으로 받는 때를 가리키므로, 결국 판례가 뜻하는 바는 익금의 과세시기는 권리의 성립에서 실현(소멸)에 이르는 과정 중 적절한 시기라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소득의 실현시기를 이같이 법률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이유는 "납세자의 과세소득을 획일적으로 파악하여 과세의 공평을 기함과 동시에 납세자의 자의를 배제"하기 위함(대법원 1991.11.22. 선고 91누1691 판결)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권리가 확정되는 시기라는 것은, 미국의 판례법에 따르면 첫째, 돈을 받을 권리의 확정된 시기이거나, 둘째는 익금금액의 예측가능성이 발생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익금금액이 아직 미확정이라면 소득이 생겼다고 할 수 없습니다.
라.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
법조문에 따라 “익금과 손금의 귀속사업연도를 그 익금과 손금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로 한다”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금년에 A라는 제품의 생산비용이 50원이고 그 매출 100원이 내년에 발생하였다면, 손금은 금년에 발생하고 익금은 내년에 발생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나 실현주의 내지는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따르면, 금년에 A라는 제품의 생산비용이 50원이고, 그 매출 100원이 내년에 발생하였다면 그 50원의 소득은 권리가 확정되는 시점이 속하는 내년에 귀속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이라는 것을 적용하는데, 권리확정주의에 따라 판매금액 100원을 내년에 귀속시켰다면 그에 대응하는 손금, 곧 그 자산의 원가 50원 또한 같은 기간, 곧 내년에 귀속시켜야 하게 됩니다. 실현주의는 소득을 실현시기에 가서 인식하자는 입장인데, 그렇다면 수익을 실현시기에 가서 익금산입할 때 그에 대응하는 비용을 동시에 손금산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손금의 귀속시기는 채무확정주의가 원칙적으로 적용되지만, 실현주의 하에서는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이 먼저 적용되므로, 제품의 생산에 직접 들어간 인건비 등의 비용이 아니라, 매출과 관계 없이 근무하는 사무직 근로자의 인건비 등은 특정 수익에 직접 대응되지 않는 비용 즉 ‘기간비용’으로, 채무확정주의를 적용하여 손금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IV. 실현주의의 문제점 및 결어
실현주의에 따르면, 부동산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시가가 상승하여도 부동산을 매도하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wash sale”등의 기법을 통하여 과세를 회피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내년에 세율이 오르게 되는 경우, 부동산을 올해 팔고 다시 사들이게 되면 이득이 실현된 올해에만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오른 세율을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실현주의는 담세력에 어긋나는 과세방식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실현이득을 곧바로 소득에 반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모든 납세의무자의 자산 및 부채를 시가로 매번 평가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므로 적용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경우 실현주의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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