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에서 재심이란 유죄의 확정판결에 중대한 사실오인의 오류가 있는 경우, 이미 확정된 판결의 오류를 시정하는 비상구제절차입니다. 그 목적은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검사가 재심을 청구하였더라도 원래의 판결보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이번에는 형사사건의 재심 사유와 절차를 간략하게 알아보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모두 기술하면 책의 한 챕터가 되어 버리므로, 최대한 간결하게 요점을 알아보겠습니다. 혹시 미진한 부분은 다른 포스팅에서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민사사건의 재심과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으므로, 민사사건의 재심에 관하여는 민사 재심 요건과 절차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형사) 재심이란 무엇인가? (재심의 의의와 대상)
재심은 이미 유죄의 확정판결이 내려진 경우, 사실오인을 시정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만일 어떤 피고인이 제1심에서 유죄의 판결을 받았는데 중대한 사실오류가 있다고 하면, 항소하면 되기 때문에 재심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 확정된 판결을 바꾸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중대한 오류"인 경우에 한하여 이를 시정하기 위해 실체적 진실발견을 우선으로 하는 것입니다.
"유죄의 확정판결"이므로, 예를 들어 어떤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고서 잘못을 뉘우치기 위해 재심을 청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일단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으면 되므로 판결의 집행과는 무관하며, 심지어 집행이 이미 끝난 후에도 재심의 이익이 인정됩니다. 이미 모든 집행이 끝난 이후라도 명예회복의 기회가 되며, 실질적로는 무죄판결을 받고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형사재심은 집행이 끝난 후에도 청구가 가능합니다.
유죄의 확정판결에는 약식명령, 즉결심판, 경범죄처벌법이나 도로교통법에 의한 범칙금납부도 포함됩니다.
또한, 유죄의 확정판결 후에 형선고의 효력을 상실파게 하는 특별사면이 있는 경우 과거에는 재심청구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2011도1932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재심청구 대상이 된다는 입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재심의 대상으로는 '유죄의 확정판결'(형사소송법 제420조)도 있지만, '상소기각의 확정판결'(형사소송법 제421조)도 포함됩니다. 그러면 상소기각의 확정판결이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어떤 피고인이 제1심에서 유죄의 판결을 받고 항소나 상고를 하였는데, 그 항소심 또는 상고심에서 그 상소를 기각했다고 하면 '상소를 기각'한 확정판결 또한 재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소기각의 확정판결로 인하여 원심의 유죄판결이 확정되므로, 상소기각의 판결이 재심으로 뒤집어지면 피고인은 파기환송으로 다시 심판받거나 파기자판으로 직접 심판받을 기회가 생기겠지요. 그렇지만 보통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상소기각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이유는 보다 제한되는 편입니다. 이것은 뒤에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재심의 2단계 구조
재심은 (1) 재심개시절차와 (2) 재심 심판절차로 나누어집니다.
(1) 재심개시절차는 재심의 사유가 있는지를 심사하여 다시 심판(재판)할 것인지 결정하는 절차이며,
(2) 재심심판절차는 재심의 사유가 있어 재심이 개시된 경우, 그 사건을 다시 심판하는 절차입니다.
결국 재심심판절차는 통상 그 심급의 공판절차와 기본적으로 동일하며, 종국재판의 형식을 띱니다.
재심을 원하는 피고인은 일단 (1) 재심개시절차에서 재심개시의 결정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실질적으로 사건을 심판받을 수 있게 됩니다.
재심이 시작되려면 먼저 재심개시절차에서 재심개시의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3. 재심의 이유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이유는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7가지로 제한됩니다.
상소기각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이유는 형사소송법 제421조에서 3가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심 이유는,
♣ 원 판결의 증거가 허위증거에 의한 것인지, (제420조 제1호, 제2호, 제3호, 제4호, 제6호, 제7호)
♣ 원 판결의 사실인정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것인지 (제420조 제5호)
로 크게 나누어집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의 이러한 재심이유 외에, 특별법에 의한 이유도 인정되고 있습니다.
(1)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 2는 피고인 없이 (소재불명으로) 유죄판결이 내려진 경우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며,
(2) 5·18 민주화운동등에 관한 특별법 제4조는 5·18 민주화운동 등 헌정질서파괴범죄의 범행을 저지·반대한 행위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경우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3)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에 의하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중, (3)은 중요하므로 잘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통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난 후에 간통죄가 위헌으로 결정되면 재심 청구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해당 법조문이 합헌결정이 있었던 날까지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면 재심청구가 불가능하고, 합헌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 이후에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면, 비록 범죄행위가 그 이전에 행하여졌더라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간통죄의 경우, 여러 번 합헌결정이 있다가 2015년 2월 26일 위헌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위의 사유에 대법원의 "판례변경"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 원 판결의 증거가 허위증거에 의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420조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1.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
- 위의 확정판결에는 민사확정판결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증거가 위조·변조된 것이 증명되기만 하면 유죄의 확정판결이 아니어도 됩니다.
2.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
3. 무고(誣告)로 인하여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4. 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하여 변경된 때
- 여기에는 민사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6. 저작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또는 상표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건에 관하여 그 권리에 대한 무효의 심결 또는 무효의 판결이 확정된 때
7.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가 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다만,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로 한정한다.
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경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은 다음과 같이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경우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5.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새로 발견된 "명백한 증거"에 의해 사실인정이 변경되는 경우이므로, 법률적용에 오류가 있거나, 법령개폐, 대법원의 판례변경은 재심이유로 되지 않습니다. 원판결 당시 피고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였던 경우, 그 증거가 새로운 것이라고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2005모472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다. 상소기각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이유
상소(항소 또는 상고) 기각의 확정판결에 대해서는 위의 가.의 재심이유 중 제1호, 제2호, 제7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421조 제1항).
1.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
2.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
7.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가 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다만,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로 한정한다.
만일 제1심 또는 제2심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청구사건의 판결이 있고 난 뒤라면 상소기각판결에 대해 다시 재심을 청구하지 못합니다.
4. 재심 절차
가. 재심개시절차
재심청구는 (1)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 (2)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의 법정대리인, (3)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하거나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 직계친족이나 형제자매가, 그리고 (4) 검사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심청구는 시기의 제한이 없으므로, 유죄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하여도 위에서 본 것처럼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등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심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재심청구의 취지, 재심청구의 이유를 재심청구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서 원판결의 법원에 제출합니다.
재심청구를 하게 되면, 사실조사 및 의견진술 등을 거쳐서 결정의 절차로 판단합니다.
결정절차이기 때문에 구두변론이나 절차공개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재심을 청구하여도 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은 없습니다. 그러나 관할법원에 대응한 검찰청 검사는 재심청구에 대한 재판이 있을 때까지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합리하게 들릴 수 있지만 원판결의 심리에 관여한 법관이 재심청구사건을 심판하더라도 제척 또는 기피의 원인이 되지 않습니다(82모11 결정 참조).
나. 재심심판절차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되면, 법원은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합니다.
재심심판절차에서는 사건을 처음부터 새로 심판하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원판결의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고 보면 됩니다.
원판결의 기초가 된 증거와 재심심판절차의 심리과정에서 제출된 증거를 모두 종합하여 새롭게 판단하며, 재심판결에 대해서도 상소가 허용됩니다.
그리고 재심심판절차에서 범죄사실에 대해 적용하여야 하는 법령은 원판결 당시의 법령이 아니고 재심판결 당시의 법령입니다.
오늘은 형사사건에서 재심의 의의, 사유와 절차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구체적인 사항으로 깊게 들어가면 너무 길어지므로 간략히 살펴보았으며, 더 자세한 내용은 법률서적을 참고하시거나 법률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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