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고인)의 채무가 물려줄 재산보다 큰 경우,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고려하게 됩니다. 상속재산목록 작성, 공고, 청산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한정승인과는 달리, 상속포기는 상속의 표력을 확정적으로 소멸시키므로 보다 단순한 절차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는 그 개념과 효과에 차이가 있으므로, 상속포기의 뜻, 절차와 효과, 상속포기를 해야 하는 경우를 알아보겠습니다.
1. 상속포기의 뜻
상속의 포기란 자기를 위하여 개시된 불확정한 상속의 효력을 확정적으로 소멸하게 하는 일방적 의사표시입니다.
즉, 고인(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 상속이 개시되는데 피상속인의 채무와 재산을 모두 상속인에게 물려주게 됩니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채무가 재산(적극재산)보다 더 큰 경우 등 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어떤 상속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가정법원에 하면, 포기자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됩니다.
상속포기는 혼자 상속받는 경우(단독상속인) 및 여러 명이 함께 상속받는 경우(공동상속인) 모두 할 수 있습니다. 상속포기는 포괄적·무조건적으로만 할 수 있고, 일부의 포기나 조건부 표기는 인정되지 않습니다(95다27554).
2. 상속포기의 절차 및 효과
상속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3개월의 고려기간 내에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여야 합니다.
제1041조(포기의 방식) 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때에는 제1019조 제1항의 기간내에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여야 한다. |
위의 기간 후에 한 포기는 무효입니다.
그리고 한정승인의 경우 재산목록을 첨부하여야 하지만, 상속포기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효과가 있으므로 재산목록을 첨부하거나 특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피상속인의 재산을 명시하거나 특정하지 않았더라도 상속포기의 효력은 상속인이 물려받을 재산 전체에 미칩니다.
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하고 가정법원이 수리하면, 가정법원은 형식적으로 신고서가 적법한지 심사하고, 적법하면 심판서를 작성합니다. 상속포기의 효력은 상속인이 심판을 고지받음으로써 발생하게 됩니다.
상속포기의 효과는 소급적, 절대적입니다. 상속인은 상속포기를 함으로써 제3자에 대항이 가능합니다(즉, 제3자에게 상속포기하였으므로 상속재산 또는 채무에 대해 아무런 의무와 권리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3. 주의사항 및 상속포기를 해야 하는 경우
공동상속인 중 일부만 상속포기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에는 상속포기자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되므로, 나머지 상속인들이 법정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상속분을 계산하게 됩니다. 즉, 자녀 2명과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사망한 경우, 자녀 중 1인이 상속포기를 하면 나머지 자녀 1명과 배우자만 가지고 상속분을 계산하게 됩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만일 피상속인의 자녀와 배우자가 모두 상속을 포기하면 손자녀가 직계비속으로 상속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즉, 피상속인의 채무가 많아 1순위 상속인인 자녀와 배우자가 모두 상속포기를 하였는데, 그러면 다음 순위인 자녀의 자녀(즉 손자녀)가 직계비속으로 상속하게 되며, 그들도 상속을 포기하면 직계존속, 직계존속도 포기하면 형제자매, 그리고 형제자매도 상속을 포기하면 그제서야 상속인이 없는 것으로 됩니다.
상속포기는 본인에게는 간단하지만 예기치 않은 다른 후순위 상속인에게 부담이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 모든 상속순위의 상속인이 함께 상속포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모든 후순위 상속인을 만나기 어렵거나 상속포기를 함께 하기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일부는 상속포기를 하고, 동 순위에서 남은 1명이 한정승인을 하면 더 이상 다른 후순위 상속인에게 부담이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동상속인 중 특정인에게 상속을 받게 하려는 목적으로 하는 상속의 포기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상속재산에 관한 협의분할을 이용해야 할 것입니다.
고려기간이 지난 뒤 상속재산을 공동상속인 중 1명에게 상속시키기 위하여 나머지 상속인들이 상속포기신고를 한 경우, 상속포기로서는 효력이 없더라도 상속재산에 관한 협의분할이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합니다.
[판례변경]
2013다48852 판결에서는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가 단독상속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고 배우자가 한정승인을 하더라도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에게 여전히 부담이 넘어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2020그42 전원합의체에서 변경된 판례는, 피상속인의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가 단독상속하는 것으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
즉, 실무적으로 피상속인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고, 배우자가 모든 상속을 받되 한정승인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 한정승인에 관하여는 이 포스팅을 참조하세요.
[법솔의 팁 하나!]
상속재산에 관한 협의분할을 할 때, 일부 상속인이 자신이 상속받지 않겠다고 협의할 수 있습니다.
상속인 중 1명이 채무를 가지고 있는데 심지어 채무초과인 경우, 어차피 상속재산을 받아봐야 채권자의 몫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협의분할시 재산을 받지 않겠다고 협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채권자들이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걸어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협의분할시 재산을 분할받은 다른 상속인이 다시 돈을 지급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협의분할시 적절한 금액을 상속받아 자신의 채무를 갚는 것이겠지만, 위와 같은 의도로 협의분할시 재산을 받지 않겠다고 하기 보다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해당 상속인은 협의분할에 참가하지 말고 고려기간 내(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상속의 포기는 비록 포기자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바가 없지 아니하나(그러한 측면과 관련하여서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86조도 참조)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서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와 같이 볼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속의 포기는 1차적으로 피상속인 또는 후순위상속인을 포함하여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행하여지는 ‘인적 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중략]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상속의 포기는 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 중) |
이번에는 상속포기의 뜻, 절차와 효과, 주의사항 등을 알아보았습니다.
사랑하던 분을 잃게 되면 망연자실하고 마음이 많이 힘들겠지만, 상속 문제를 정확히 정리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여러가지로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상속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법률전문가와 상의하셔서 문제를 명확히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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